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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비 오리지널조금 불편하지만 아련한, 시골

소와 풍경, 제철 음식과 불편이 있는 시골에서 #시골 #촌캉스 #가족취미



어릴 때, 부모님 고향인 시골에 자주 갔어요. 어른이 된 지금도 명절이나 그 외 시간이 나면 외할머니가 계신 곳에 아이들과 놀러 가곤 합니다. 어린 저를 예뻐했던 것처럼, 갈 때마다 제 아이들을 무척 예뻐하세요. 이제 연로하시니 더 자주 찾아뵈려고 합니다. 멀리서 살아 한 해에 손에 꼽힐 만큼 적지만요.


제 외삼촌도 그곳에서 농사를 지어요. 시골에 가면, 시골의 일상을 함께 합니다. 계절마다 다른 밭을 누비지요. 봄에는 딸기 하우스 체험을 하고, 여름에는 참외 하우스에 들립니다. 양파밭이나 고추밭도 가봅니다. 커다란 고무대야에 물을 받아 물놀이하기도 해요. 우사에 가서 소 밥도 줘요. 그러면 아이가 새롭고 재미있어 할 것 같지요? 하지만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도 요즘 큰아이는 자꾸 언제 집에 가냐고 물어요. 더 어릴 때는 곧잘 놀았는데, 8살 아이도 이제는 도시가 편하고 좋은가 봐요. 놀잇감으로 노는 것이 익숙해서, 친구도 없고 자연으로 나가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그 시간이 따분한 것일까요?


뉴스레터를 보면 촌캉스에서 어른은 느림에서 오는 쉼을 느끼고, 아이들은 다양한 생활 방식을 알게 된다고 말합니다. 저도 시골의 초록빛이 펼쳐지면 금세 기분이 좋아집니다. 풀과 나무로 덮인 장소, 너른 들판이 편안합니다. 아이들에게도 도시와는 다른 느린 하루를 선사합니다. 하지만 멍하게 있는 그 잠시의 시간에 아이는 심심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효능을 느끼기엔 아직 어린가봐요.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때로는 뭔가를 하지 않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난감, 비디오 게임기, 인터넷 영상 말고 시골에서 탐구하고, 흙을 만지고, 놀이를 하며 놀아보기도 하고요.


이번에도 시골 외갓집을 갔습니다. 예약하지 않아도, 언제든 갈 수 있는 가족이 사는 시골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가을의 시골은 통통하게 살찐 미꾸라지를 잡았다고 부글부글 가마솥에 추어탕을 끓여 먹기도 하고, 뒷산에서 딴 알밤을 가득 삶아 먹어요. 저녁에는 마당에 둘러앉아 불을 피우고 삼겹살을 구워 먹지요. 아이들에게 단연코 인기는 가마솥의 아궁이랍니다. 불이 활활 타올라도 잔가지와 지푸라기를 넣으며 그 나름의 불멍을 즐겨요. 저의 어린 시절도 그러했고, 아이들도 비슷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제 외갓집은 낙동강이 흐르는 경상북도 고령군이에요. 경상도에서는 손님이 오면 대접하는 귀한 음식이 육개장과는 다른 빨갛게 끓인 쇠고기뭇국과 추어탕이에요. 경상도 식 추어탕은 체인점이 많은 남도식 추어탕과 좀 달라요. 미꾸라지를 삶은 뒤 체에 걸러 사용하고,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 국물이 맑아요. 칼칼한 맛은 고추를 다져 넣어 냅니다. 거기에 배추나 토란 줄기, 시래기 같은 야채 건더기를 듬뿍 넣어요. 들깻가루를 안 넣고 맑게 먹습니다. 음식도 기억인 것 같아요. 저는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빨간 쇠고기뭇국을 끓여 먹고, 맑은 경상도식 추어탕이 맛있고 그리워요. 저의 엄마, 시어머니, 그리고 외할머니가 끓이는 그 추어탕이요. 아이들은 고추를 넣지 않은 추어탕을 줘요. 아이들이 이 음식의 귀함을 느낄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저녁에는 마당에서 삼겹살 파티를 한대요. 반으로 자른 드럼통을 꺼내 숯을 넣고 불을 붙입니다. 석쇠에 올려 구운 고기는 정말 꿀맛이잖아요. 뉴스레터 속 가마솥 삼겹살은 아니지만, 불맛 나는 삼겹살을 밭에서 따온 야채를 씻어 쌈 싸 먹으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어요. 늘 네 식구만 지내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고 웃고 떠드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봉숭아 꽃물 들이기는 9월,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함께했어요. 친구 엄마들과 같이 놀면서 봉숭아 꽃물 들이면 재미있겠다고 이야기했었거든요. 만발한 봉숭아꽃을 보면서 이참에 같이 해보자! 하고 하니 다들 반겼습니다. 저도 하도 오랜만에 해봐서, 봉숭아 물들일 때 잎사귀도 같이 빻아야 한다는 건 몰랐어요. 꽃잎과 잎을 함께 넣어 콩콩콩 돌로 짓이겨요. 어디서 났는지 어느 엄마가 백반까지 가져왔더라고요. 아이들 고사리손에 촉촉한 초록 덩어리를 올려 비닐을 감싸줬어요. 옛날에 하던 식으로 한 거죠. 물이 들 때까지 빼면 안 된다고, 하룻밤 자고 내일 비닐을 벗겨내는 거라고 말해줘요.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 꽃물이 남아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도 알려주었지요. 그러면 뭐 하나요. 아이들은 놀이터를 뛰어다니다 벗겨졌다고 달려와요. 어라! 벌써 초록 물이 주황색 꽃물로 바뀌어 손톱을 물들였어요. 다시 봐도 참 신기해요.


그냥 놀아도 재미있는데, 친구들과 함께 늦은 여름 저녁, 꽃물을 들이며 논 건은 또 특별한 추억이 되었겠죠.


시골은 여전히 조금 불편한 곳이에요. 문 앞에 바로 놀이터도 없고, 집마다 다르겠지만 정돈되지 않았으며, 흙먼지도 많고 벌레도 많아요.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 있던 할머니의 시골집. 제가 어릴 때 그 집은 대청마루가 있는 기와지붕 집이었어요. 여름밤 마루에서 잘 때는 모기장이 필수였고, 입을 마구 벌리고 웃다가 입에 나방이 들어간 적도 있어요. 어떻게 그런 우연이 가능했던 것인지 지금도 의문이지만, 까무러치듯 놀라 울었어요. 지금은 반 양옥으로 다시 지은 집이지만, 이마저도 많이 낡았습니다.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곳이지요. 그러면서도 외할머니가 안 계신다면 이만큼 갈 일도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그러면 벌써 마음이 아련해져요. 좀 더 오래 나의 시골 고향이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음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시골 외갓집을 갈 수 있기를 바란답니다.


모든 사람이 시골 생활을 동경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도 시골에 가서 얻는 마음의 평온함과는 별개로 그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안 들어요. 제 생활의 터전이 이곳이기 때문이죠. <리틀 포레스트>는 스트레스받아 예민해졌을 때, 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영화입니다. 그 영화를 보면 자연과 가까이에서 사계절을 느끼고, 제철에 나고 자란 것들을 거두어 먹는 충만함을 느낍니다. 도시를 떠나지 못하더라도, 시골에서 저런 정서를 가져와 지낸다면, 우리 마음도 그처럼 풍성해질 것 같아요. 제철을 더 느껴보고, 제철의 우리 음식을 가까이하려는 마음이요.

#family


Eunmi Lee


일상의 모든 것은 그림이 된다. 반도체를 개발하던 공순이였다. 시를 잃지 않은 공대출신 엄마는 그곳을 떠났고 이제 읽고, 쓰고, 그리고 남기는 일상기록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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