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서도 사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식물들 #반려식물 #가족취미 #가드닝

보는 것만 좋은 엄마
주말의 일상을 떠올리면 대체로 초록으로 가득한 풍경을 찾아 나섭니다. 아이들이 이런 게 재미있을까? 생각하면서도 초록을 보면 기분이 좋은 엄마는 자꾸만 초록 풍경을 좇습니다. 집 앞 천변, 근처 산에만 가도, 초록은 회색의 도시를 살아있게 만듭니다. 나이가 들어가서인지, 혹은 글을 읽고, 쓰며, 느린 생활에 익숙해져서인지 풍경이 변하는 것을 들여다보는 게 즐겁습니다. 휴대전화의 사진첩은 온통 분홍색이었다가 초록색, 그리고 주황, 다음엔 회색과 흰색으로 가득 찹니다. 그런 시간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이 모여 충만함을 느낍니다. 저도 아이도, 이렇게 우리를 지나가는 사계절을 충분히 느끼고 즐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홈가드닝 뉴스레터를 읽으며, 초록이 좋은 일상은 식물을 ‘밖에서 보는 것’에 한해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보다 어른인 제가 곁에 식물을 두는 것을 더 주저합니다. 그제야 아이를 낳아 키우기 전, 집안에 저만의 실내 정원이 있던 것이 떠오릅니다. 과거의 저는 식물을 가꾸고 키우는 것에 정성을 쏟았습니다. 거실을 당당히 차지하던, 실내 식물들은 출산과 육아를 하며 베란다 한쪽으로 밀려났고, 관심을 두지 않았고, 점점 식물 똥손이 되어가는 저만 남았습니다.
아이보다 어른인 제가 더 바이오필리아와 멀어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유치원과 학교에서 열심히 화분에 식물을 심어 들고 옵니다. 이미 저보다 더 멋지고 순수한 정원사입니다. 흙을 만지고, 담아 손수 심어온 그 초록 식물들을 애지중지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마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만 주면 잘 자라는 식물을 방치하고, 가꾸지 않는 시간을 보냈어요. 식물 똥손이라고 말했지만, 똥손이 어디 있나요. 실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입니다. 보는 것만 좋은 사람이 됐습니다. 문제는 어른인 저였습니다.
뉴스레터의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우리 집에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우리 가족 넷, 그리고 안방 베란다 한쪽에서 사계절을 나고 있는 식물들 몇 그루뿐이었습니다. 조금 더, 우리 곁으로 그 식물들을 옮겨 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초록 곁에서
뉴스레터에 소개된 곳은 아니지만, 춘천에서 비밀의 정원을 가진 카페를 발견했습니다. 실외에 정원을 멋지게 꾸며둔 곳이었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요!”
“여기 앉아서 음료수 먹으면 아름다울 것 같아요.”
이미 자연의 풍경을 즐기고, 감탄하는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찡합니다. 비슷한 감정을 이 순간 공유한다는 즐거움이 일었습니다.
“엄마, 나는 풍경을 보는 게 좋아요.”
고마워지는 말입니다. 아이와 나무와 꽃들을 꼼꼼히 감상했습니다.
“사람들은 초록을 보면 눈도 마음도 편안해지거든. 왜 그런 걸까? 아마 초록 식물들이 주는 산소나 열매 같은 것들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 우리가 초록을 좋아하게 진화한 게 아닐까?”
그런 것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초록을 보면 좋다는 것이겠지요.
평소라면, 생각지 못했을 관점을 뉴스레터를 본 뒤에 더 생각할 수 있었고, 아이에게 말을 건넬 수 있었어요. 그렇게 나무들을 눈에 담다 보니, 정말 이젠 식물을 집안에서 키워도 좋겠다는 결심이 생겼습니다. 더 가까이 식물을 두고 싶은 마음입니다.
새 기분으로, 집에서 키울 식물을 사러, 쇼핑을 나섰어요. 예전처럼 쉽게 식물을 들이고 사기에는 식물 하나하나에 더 큰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정말 키우고 싶은 한 그루를 결정해야지. 몇 곳의 화분들을 보고 또 보는데, 왜 하나를 선뜻 사질 못했을까요. 이상하다 싶을 만큼 망설여졌어요. 잘하지 못할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베란다에 방치해둔 식물을 집안으로 들이는 건 어떨까? 수경재배 중인 몬스테라부터 화분에 옮겨 심어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몬스테라가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가져온 이후로 유리병에서 물을 먹으며 크고 있습니다. 집에서 돌봄이 필요한 화분들을 정리하고 정성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식물에 다시 정성을 주는 마음을 불어넣어야 할 때니까요.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제 집에서 식물을 가꾸며, 아이들에게 더 잘 공유하고 나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우니까 시아노타입 청사진
뉴스레터를 보고 알게 된 시아노타입 청사진을 준비했습니다. 숲 놀이이자,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과학 놀이 같기도, 마법 같기도 한 활동이었어요. 마침 방학도 하고, 친구들과 야외에서 만난 날이었어요. 원하는 꽃과 풀을 뜯어와 청사진 위에 올려서 빛을 쐬어 주었습니다.
저도 청사진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 기대가 됐습니다. 아이들은 들에서 뜯은 꽃과 나뭇잎으로 청사진을 꾸며줍니다. 내리쬐는 햇빛 샤워를 시켜준 뒤, 흐르는 물에 헹궈주니, 쨍하게 짙은 파란 사진이 나타납니다.
어떤 아이는 마술 같아서, 어떤 아이는 내가 뜯은 풀과 꽃으로 꾸며주었기에 제각각의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게 잘 말린 청사진으로 냉장고 한쪽을 장식했습니다.
이번에도 엄마가 더 배운 주제였습니다. 자연을 곁에 두고 즐길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저였으니까요. 잊고 있었던 관심이 되살아났습니다. 큰 아이가 8살이 될 동안 베란다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준 식물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같이 크자고 말을 건네 보았습니다.
#parents

Eunmi Lee
일상의 모든 것은 그림이 된다. 반도체를 개발하던 공순이였다. 시를 잃지 않은 공대출신 엄마는 그곳을 떠났고 이제 읽고, 쓰고, 그리고 남기는 일상기록가가 되었다.
가족이 어떻게 가드닝을 같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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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도 사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식물들 #반려식물 #가족취미 #가드닝
보는 것만 좋은 엄마
주말의 일상을 떠올리면 대체로 초록으로 가득한 풍경을 찾아 나섭니다. 아이들이 이런 게 재미있을까? 생각하면서도 초록을 보면 기분이 좋은 엄마는 자꾸만 초록 풍경을 좇습니다. 집 앞 천변, 근처 산에만 가도, 초록은 회색의 도시를 살아있게 만듭니다. 나이가 들어가서인지, 혹은 글을 읽고, 쓰며, 느린 생활에 익숙해져서인지 풍경이 변하는 것을 들여다보는 게 즐겁습니다. 휴대전화의 사진첩은 온통 분홍색이었다가 초록색, 그리고 주황, 다음엔 회색과 흰색으로 가득 찹니다. 그런 시간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이 모여 충만함을 느낍니다. 저도 아이도, 이렇게 우리를 지나가는 사계절을 충분히 느끼고 즐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홈가드닝 뉴스레터를 읽으며, 초록이 좋은 일상은 식물을 ‘밖에서 보는 것’에 한해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보다 어른인 제가 곁에 식물을 두는 것을 더 주저합니다. 그제야 아이를 낳아 키우기 전, 집안에 저만의 실내 정원이 있던 것이 떠오릅니다. 과거의 저는 식물을 가꾸고 키우는 것에 정성을 쏟았습니다. 거실을 당당히 차지하던, 실내 식물들은 출산과 육아를 하며 베란다 한쪽으로 밀려났고, 관심을 두지 않았고, 점점 식물 똥손이 되어가는 저만 남았습니다.
아이보다 어른인 제가 더 바이오필리아와 멀어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유치원과 학교에서 열심히 화분에 식물을 심어 들고 옵니다. 이미 저보다 더 멋지고 순수한 정원사입니다. 흙을 만지고, 담아 손수 심어온 그 초록 식물들을 애지중지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마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만 주면 잘 자라는 식물을 방치하고, 가꾸지 않는 시간을 보냈어요. 식물 똥손이라고 말했지만, 똥손이 어디 있나요. 실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입니다. 보는 것만 좋은 사람이 됐습니다. 문제는 어른인 저였습니다.
뉴스레터의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우리 집에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우리 가족 넷, 그리고 안방 베란다 한쪽에서 사계절을 나고 있는 식물들 몇 그루뿐이었습니다. 조금 더, 우리 곁으로 그 식물들을 옮겨 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초록 곁에서
뉴스레터에 소개된 곳은 아니지만, 춘천에서 비밀의 정원을 가진 카페를 발견했습니다. 실외에 정원을 멋지게 꾸며둔 곳이었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요!”
“여기 앉아서 음료수 먹으면 아름다울 것 같아요.”
이미 자연의 풍경을 즐기고, 감탄하는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찡합니다. 비슷한 감정을 이 순간 공유한다는 즐거움이 일었습니다.
“엄마, 나는 풍경을 보는 게 좋아요.”
고마워지는 말입니다. 아이와 나무와 꽃들을 꼼꼼히 감상했습니다.
“사람들은 초록을 보면 눈도 마음도 편안해지거든. 왜 그런 걸까? 아마 초록 식물들이 주는 산소나 열매 같은 것들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 우리가 초록을 좋아하게 진화한 게 아닐까?”
그런 것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초록을 보면 좋다는 것이겠지요.
평소라면, 생각지 못했을 관점을 뉴스레터를 본 뒤에 더 생각할 수 있었고, 아이에게 말을 건넬 수 있었어요. 그렇게 나무들을 눈에 담다 보니, 정말 이젠 식물을 집안에서 키워도 좋겠다는 결심이 생겼습니다. 더 가까이 식물을 두고 싶은 마음입니다.
새 기분으로, 집에서 키울 식물을 사러, 쇼핑을 나섰어요. 예전처럼 쉽게 식물을 들이고 사기에는 식물 하나하나에 더 큰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정말 키우고 싶은 한 그루를 결정해야지. 몇 곳의 화분들을 보고 또 보는데, 왜 하나를 선뜻 사질 못했을까요. 이상하다 싶을 만큼 망설여졌어요. 잘하지 못할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베란다에 방치해둔 식물을 집안으로 들이는 건 어떨까? 수경재배 중인 몬스테라부터 화분에 옮겨 심어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몬스테라가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가져온 이후로 유리병에서 물을 먹으며 크고 있습니다. 집에서 돌봄이 필요한 화분들을 정리하고 정성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식물에 다시 정성을 주는 마음을 불어넣어야 할 때니까요.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제 집에서 식물을 가꾸며, 아이들에게 더 잘 공유하고 나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우니까 시아노타입 청사진
뉴스레터를 보고 알게 된 시아노타입 청사진을 준비했습니다. 숲 놀이이자,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과학 놀이 같기도, 마법 같기도 한 활동이었어요. 마침 방학도 하고, 친구들과 야외에서 만난 날이었어요. 원하는 꽃과 풀을 뜯어와 청사진 위에 올려서 빛을 쐬어 주었습니다.
저도 청사진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 기대가 됐습니다. 아이들은 들에서 뜯은 꽃과 나뭇잎으로 청사진을 꾸며줍니다. 내리쬐는 햇빛 샤워를 시켜준 뒤, 흐르는 물에 헹궈주니, 쨍하게 짙은 파란 사진이 나타납니다.
어떤 아이는 마술 같아서, 어떤 아이는 내가 뜯은 풀과 꽃으로 꾸며주었기에 제각각의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게 잘 말린 청사진으로 냉장고 한쪽을 장식했습니다.
이번에도 엄마가 더 배운 주제였습니다. 자연을 곁에 두고 즐길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저였으니까요. 잊고 있었던 관심이 되살아났습니다. 큰 아이가 8살이 될 동안 베란다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준 식물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같이 크자고 말을 건네 보았습니다.
#parents
Eunmi Lee
일상의 모든 것은 그림이 된다. 반도체를 개발하던 공순이였다. 시를 잃지 않은 공대출신 엄마는 그곳을 떠났고 이제 읽고, 쓰고, 그리고 남기는 일상기록가가 되었다.
가족이 어떻게 가드닝을 같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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