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중 가장 짧은 밤하늘 제대로 즐기려면? #천체관측 #가족취미 #여름별자리
시작하며
여름철 밤하늘은 사계절 중 제일 짧은 밤하늘입니다. 여름이 되면 북반구는 밤의 길이가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짧은 대신 화려한 밤하늘을 자랑합니다. 밝은 일등성도 제법 되고 무엇보다 은하의 중심 방향을 바라보는 위치에 오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밝은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여름철 장마, 태풍 등의 기상 상황으로 별을 보기 아주 좋은 계절은 아니지만 대신 올라간 기온 덕분에 밤에도 부담 없이 별을 볼 수 있는 시기입니다. 열대야에 잠이 쉽사리 오지 않을 때면 필요한 도구들을 챙기고 시야가 트이고 너른 곳에 가서 별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도 좋겠네요.
이번에도 여름철에 볼 수 있는 별자리와 이에 얽힌 동서양의 신화, 그리고 비교적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장비로 볼 수 있는 대상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름철 별자리 (8월 1일 오후 10시의 밤하늘, 출처: 스텔라리움 캡쳐)
별자리 찾기
북극성 찾기
우선 현재 서 있는 장소의 방위를 알아야 도움이 됩니다. 봄철 별자리를 찾을 때 사용했던 북두칠성을 먼저 찾아봅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서쪽으로 많이 치우쳐 보일 텐데요. 북두칠성의 손잡이가 아닌 국자 끝 부분의 두 별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두 별의 거리의 약 6배 정도 연장 시켜 보면 그리 밝진 않지만 눈에 보이는 별이 하나 있는데 그 별이 바로 북쪽을 가리키는 북극성입니다.

북극성 찾기
북극성은 이렇게 북두칠성을 기준으로 찾기도 하지만 북두칠성이 보이지 않는 시기에는 카시오페이아 자리를 기준으로 찾기도 합니다. 북극성의 우측(동쪽)으로 보면 다섯 개의 별이 M자 모양으로 있는 별자리가 보일텐데, 이 별자리가 바로 카시오페이아 자리입니다. 가운데 세 번째 별과 그 전후의 별들을 가지고 가상의 사각형을 그릴 수 있는데요. 세 번째 별과 대칭되는 가상의 점을 이은 선을 연장하다 보면 북극성에 닿게 됩니다.
이렇게 북극성을 찾은 후 북극성을 바라보며 서면 왼쪽(서쪽)으로는 봄철 별자리인 목동자리, 처녀자리 등이 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름철 대삼각형
북극성을 바라보고 서서 고개를 조금 들어 머리 위를 보면 유난히 밝은 별 세 개가 보일 것입니다. 이 별들은 일등성으로 밤하늘이 제법 밝은 웬만한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을 가리켜 여름철 대삼각형이라고 부릅니다. 천정 근처부터 시계방향으로 각각 독수리자리의 일등성 베가, 독수리자리 일등성 알타이르, 백조자리 일등성 데네브입니다. 이 별들은 길잡이 별로 찾는 방법을 따로 익히지 않아도 쉽게 밤하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상입니다.

여름철 대삼각형과 주변 별자리
거문고자리

거문고자리
제일 먼저 머리 위 하늘의 천정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별이 바로 거문고자리의 일등성인 베가입니다. 이 별을 찾는 데는 다른 방법이 딱히 필요 없습니다. 여름철 밤하늘에서 제일 밝은 별이 바로 베가입니다. 북쪽 하늘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들 중 두 번째로 밝은 별인 베가는 우리에겐 또 다른 익숙한 이름이 있는데 바로 직녀성입니다. 칠월칠석 견우직녀 설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거문고자리는 서양에서는 작은 하프로 여겨집니다. 칠월칠석 설화만큼이나 그리스 신화 속에서도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서려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거문고자리는 오르페우스의 별자리입니다.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였던 오르페우스는 물의 요정인 아우리디케와 사랑에 빠졌고 결혼까지 합니다. 어느 날 에우리디케가 악당에게 쫓겨 도망치다 뱀에 그만 물려 죽고 맙니다. 슬픔에 잠긴 오르페우스는 저승세계로 아내를 찾아 나섰고 험한 길을 뚫고 저승에 도달한 오르페우스를 보고 저승의 왕인 하데스가 감동하여 아내를 데리고 지상에 갈 때까지 뒤따라 오는 아내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아우리디케를 돌려줍니다. 그러나 지상의 빛이 보이는 길목에 왔을 때 오르페우스는 참지 못하고 그만 뒤를 돌아보았고, 아우리디케는 안개가 되어 저승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슬픔에 빠진 오르페우스는 산속을 헤매다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데 죽으면서도 아내 아우리디케의 이름을 외쳤다고 합니다. 그를 보고 감동한 제우스는 오르페우스가 연주하던 하프(Lyra)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동양의 설화에서는 옥황상제의 딸인 직녀로 이야기를 합니다. 아마 견우직녀 설화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텐데요. 견우직녀 설화처럼 직녀성인 베가와 견우성 사이에는 은하수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견우성을 다룰 때 보다 더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거문고자리 일등성인 베가의 옆을 보면 거문고자리 엡실론(ε) 별이 있습니다. 시력이 매우 좋은 분들은 이 별을 자세히 보면 두 개로 분리되어 보일 것입니다. 이 별은 일단 겉보기에는 두 개의 별이 하나로 보이는 이중성인데 저배율의 쌍안경으로도 충분히 두 개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이중성은 조금 특별한데요. 대기가 맑고 안정된 날 쌍안경이 아닌 약간 큰 구경의 망원경 (대략 구경 60미리 이상이면 됩니다)으로 적당한 배율로 관측을 하면 한쌍의 이중성이 다시 각각의 이중성으로 분해되어 볼 수 있습니다. 즉 하나의 별이 망원경으로 보면 네 개의 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거문고자리 엡실론을 가리켜 더블-더블(Double-Double)이라 부릅니다.
거문고자리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하나 숨어있습니다. 베가 아래쪽으로 거문고자리의 몸통을 이루는 사각형 중에 아랫변에 위치한 두 별이 있습니다. 각각 거문고자리 베타(β) 성 쉘리악과 거문고자리 감마(𝛾) 성 술라파트 라는 별입니다. 이 두 별의 대략 가운데쯤에서 약간 쉘리악쪽으로 치우친 위치에 M57이라고 붙여진 ‘고리 성운'이라는 성운이 숨어있습니다. 크기는 작지만 주변 별들에 비해서는 밝은 대상이라 쌍안경이나 파인더스코프로 보았을 때는 얼핏 별과 다르지 않은 모양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망원경 (구경 60미리 이상)으로 약간 고배율로 관측을 하면 중앙이 조금 어두운 납작한 원반의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M57 고리성운 (중앙부근 원반모양)
흔히 주변시라고 하는 관측 방법이 있는데 대상을 두고 정확하게 보는 게 아니라 대상을 시야의 주변으로 보는 방법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관측을 하면 직시로 볼 때 또렷하게 보이지 않던 대상이 거짓말처럼 잘 보이는 것 같은 효과를 보게 됩니다. 주변시를 잘 활용을 한다면 고리 모양의 성운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독수리자리
베가에서 남쪽으로 보면 여름철 대삼각형 이루는 별 중 하나인 알타이르가 보입니다. 알타이르는 독수리자리의 일등성입니다. 알타이르를 찾았다면 알타이르 양 옆으로 알타이르보다 조금 어두운 두 개의 별이 보입니다. 이 세 개의 별을 우산의 손잡이라 생각하고 전체적으로 우산의 모양을 그리면 독수리자리가 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독수리자리는 제우스가 변한 모습이라고 나오는데요. 신들에게 술시중을 시키려고 잘생긴 양치기 소년인 가니메데를 데려오기 위해 독수리로 변신했다 합니다.
독수리자리의 일등성인 알타이르를 가리켜 보통 견우성이라 칭하고 직녀성인 베가와 짝을 맞춰 견우직녀 설화 이야기를 풀어가곤 합니다. 여기서는 조금 의견이 분분한데 실제 견우성은 알타이르가 아닌 염소자리에 위치한 다비흐라는 별이 실제 견우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설화에 따르면 직녀는 옥황상제의 딸이고 베틀에 앉아 옷감을 짜는 일을 한다고 하고 견우는 궁중의 양과 소떼를 모는 목동이라 전해집니다. 그 둘이 혼인을 했으나 이후 서로의 본분을 잊고 나태한 나날을 보내는 바람에 옥황상제의 분노를 사 서로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헤어졌지요. 그 후 일 년에 단 한 번, 음력 7월 7일만큼은 오작교를 통해 강(은하수)을 건너 만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일 년 만에 부부가 상봉하는 날이라 보통 칠월칠석엔 견우직녀 부부가 눈물을 흘려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둔 베가와 알타이르 그리고 다비흐
여기서 알타이르가 견우성이 아니라는 근거는 우선 우리나라의 옛 별 지도인 천상열차분야 지도에 보면 견우에 해당하는 별자리가 ‘우수'라고 해서 소를 모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기록이 되어있습니다. 이 우수는 현재 염소자리, 독수리자리, 거문고자리의 일부분으로 되어있는데 이 우수를 대표하는 수거성이 지금의 염소자리 다비흐라는 별입니다.
또 다른 근거로는 견우의 출신입니다. 여름철 밤하늘 중 제일 밝은 별인 베가가 옥황상제의 딸인 직녀라고 한다면 상대적으로 신분이 천한 견우가 직녀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밝기로 빛나는 게 시대상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알타이르는 은하수와 겹쳐 보일 만큼 은하수에 가까운데, 은하수를 두고 서로 떨어져 있다면 은하수와 가까운 알타이르를 견우성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염소자리의 다비흐는 3등성 정도로 베가와 은하수 사이의 거리만큼 은하수에서 떨어져 있어 다비흐가 견우성이라는 이야기가 더 일리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양의 별자리를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3원 28수로 정리가 되는데 3원은 성벽을 뜻합니다. 자미원, 태미원, 천시원의 세 개의 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미원은 옥황상제가 사는 성, 태미원은 관료들이 일하는 관청, 천시원은 하늘의 시장을 뜻합니다. 28수 할 때 수는 별자리를 뜻합니다. 즉 과거 동양의 사람들은 하늘을 보면서도 지상의 체계를 생각하여 별자리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하늘의 왕 옥황상제의 딸과 목동이 비슷한 밝기의 별로 만들지는 않았을 거란 주장이 더 와닿기도 합니다.
별자리 설화라는 게 결국에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의 형식이 강하다 보니, 아마 후대로 갈수록 견우성의 위치가 보다 밝고 찾기 쉬운 별로 옮겨와서 지금의 알타이르를 보고 견우성이라고 하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백조자리

백조자리
여름철 대 삼각형을 이루는 나머지 별은 백조자리의 일등성인 데네브입니다. 데네브는 꼬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마치 견우(알타이르)와 직녀 사이를 날아가는 새처럼 은하수 위에 백조 모양으로 걸쳐 있습니다. 데네브를 기준으로 거문고자리와 독수리자리 사이로 십자(+) 모양을 쉽게 그려볼 수 있는데 그게 바로 백조자리입니다. 백조자리는 북십자성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백조자리 또한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제우스는 바람기가 많은 것으로 묘사되는데, 아름다운 인간 여인을 유혹할 때면 대부분 동물의 모습으로 변신하곤 합니다. 백조자리는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유혹하기 위해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이라 여겨졌습니다. 제우스는 질투가 심한 아내 헤라에게 들킬 걸 염려하여 레다를 만나러 갈 때면 언제나 백조의 모습으로 땅에 내려왔다 합니다. 레다는 백조로 변한 제우스와의 사랑으로 알을 둘 낳는데, 알에서는 각각 쌍둥이가 태어납니다. 한 알에서는 카스토르와 폴룩스(폴리데우케스)라는 남자아이가, 다른 알에서는 헬레네와 클리타임네스트라라는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합니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훗날 로마를 지키는 위대한 영웅이 되고 쌍둥이자리의 주인이 됩니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가멤논의 아내가 되고 헬레네는 미모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여인이라고 전해집니다.

알비레오
백조자리에서는 백조자리의 머리에 해당하는 별이 있습니다. 데네브 다음으로 밝은 베타별인 알비레오입니다. 데네브는 백조의 꼬리에 해당하므로 반대편 머리 부분을 보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알비레오는 제법 밝은 별인데 이 별은 앞서 거문고자리의 엡실론을 소개한 것처럼 이중성입니다. 저배율의 쌍안경으로도 충분히 이중성을 분해해서 볼 수 있는데 이 이중성이 주목받는 건 별의 색깔 때문입니다. 맨눈으로 보면 그냥 하나의 별로 보이지만 쌍안경 등의 관측도구로 조금 크게 보면 오렌지색과 파란색의 두 개의 별로 분해되어 보입니다.
다음 화 '짧지만 화려한 여름철 별자리(하)에서
전갈자리와 궁수자리, 8월의 우주쇼 이야기도 만나보세요⭐🌠
#family

포말하우트
어릴 적부터 밤하늘을 동경해온 제주에 사는 평범한 딸 둘 아빠. 요즘은 아이들과 집 앞에서 달과 행성을 보며 함께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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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손 잡고 천체관측 입문 시리즈
사계절 중 가장 짧은 밤하늘 제대로 즐기려면? #천체관측 #가족취미 #여름별자리
시작하며
여름철 밤하늘은 사계절 중 제일 짧은 밤하늘입니다. 여름이 되면 북반구는 밤의 길이가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짧은 대신 화려한 밤하늘을 자랑합니다. 밝은 일등성도 제법 되고 무엇보다 은하의 중심 방향을 바라보는 위치에 오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밝은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여름철 장마, 태풍 등의 기상 상황으로 별을 보기 아주 좋은 계절은 아니지만 대신 올라간 기온 덕분에 밤에도 부담 없이 별을 볼 수 있는 시기입니다. 열대야에 잠이 쉽사리 오지 않을 때면 필요한 도구들을 챙기고 시야가 트이고 너른 곳에 가서 별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도 좋겠네요.
이번에도 여름철에 볼 수 있는 별자리와 이에 얽힌 동서양의 신화, 그리고 비교적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장비로 볼 수 있는 대상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름철 별자리 (8월 1일 오후 10시의 밤하늘, 출처: 스텔라리움 캡쳐)
별자리 찾기
북극성 찾기
우선 현재 서 있는 장소의 방위를 알아야 도움이 됩니다. 봄철 별자리를 찾을 때 사용했던 북두칠성을 먼저 찾아봅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서쪽으로 많이 치우쳐 보일 텐데요. 북두칠성의 손잡이가 아닌 국자 끝 부분의 두 별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두 별의 거리의 약 6배 정도 연장 시켜 보면 그리 밝진 않지만 눈에 보이는 별이 하나 있는데 그 별이 바로 북쪽을 가리키는 북극성입니다.
북극성 찾기
북극성은 이렇게 북두칠성을 기준으로 찾기도 하지만 북두칠성이 보이지 않는 시기에는 카시오페이아 자리를 기준으로 찾기도 합니다. 북극성의 우측(동쪽)으로 보면 다섯 개의 별이 M자 모양으로 있는 별자리가 보일텐데, 이 별자리가 바로 카시오페이아 자리입니다. 가운데 세 번째 별과 그 전후의 별들을 가지고 가상의 사각형을 그릴 수 있는데요. 세 번째 별과 대칭되는 가상의 점을 이은 선을 연장하다 보면 북극성에 닿게 됩니다.
이렇게 북극성을 찾은 후 북극성을 바라보며 서면 왼쪽(서쪽)으로는 봄철 별자리인 목동자리, 처녀자리 등이 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름철 대삼각형
북극성을 바라보고 서서 고개를 조금 들어 머리 위를 보면 유난히 밝은 별 세 개가 보일 것입니다. 이 별들은 일등성으로 밤하늘이 제법 밝은 웬만한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을 가리켜 여름철 대삼각형이라고 부릅니다. 천정 근처부터 시계방향으로 각각 독수리자리의 일등성 베가, 독수리자리 일등성 알타이르, 백조자리 일등성 데네브입니다. 이 별들은 길잡이 별로 찾는 방법을 따로 익히지 않아도 쉽게 밤하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상입니다.
여름철 대삼각형과 주변 별자리
거문고자리
거문고자리
제일 먼저 머리 위 하늘의 천정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별이 바로 거문고자리의 일등성인 베가입니다. 이 별을 찾는 데는 다른 방법이 딱히 필요 없습니다. 여름철 밤하늘에서 제일 밝은 별이 바로 베가입니다. 북쪽 하늘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들 중 두 번째로 밝은 별인 베가는 우리에겐 또 다른 익숙한 이름이 있는데 바로 직녀성입니다. 칠월칠석 견우직녀 설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거문고자리는 서양에서는 작은 하프로 여겨집니다. 칠월칠석 설화만큼이나 그리스 신화 속에서도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서려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거문고자리는 오르페우스의 별자리입니다.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였던 오르페우스는 물의 요정인 아우리디케와 사랑에 빠졌고 결혼까지 합니다. 어느 날 에우리디케가 악당에게 쫓겨 도망치다 뱀에 그만 물려 죽고 맙니다. 슬픔에 잠긴 오르페우스는 저승세계로 아내를 찾아 나섰고 험한 길을 뚫고 저승에 도달한 오르페우스를 보고 저승의 왕인 하데스가 감동하여 아내를 데리고 지상에 갈 때까지 뒤따라 오는 아내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아우리디케를 돌려줍니다. 그러나 지상의 빛이 보이는 길목에 왔을 때 오르페우스는 참지 못하고 그만 뒤를 돌아보았고, 아우리디케는 안개가 되어 저승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슬픔에 빠진 오르페우스는 산속을 헤매다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데 죽으면서도 아내 아우리디케의 이름을 외쳤다고 합니다. 그를 보고 감동한 제우스는 오르페우스가 연주하던 하프(Lyra)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동양의 설화에서는 옥황상제의 딸인 직녀로 이야기를 합니다. 아마 견우직녀 설화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텐데요. 견우직녀 설화처럼 직녀성인 베가와 견우성 사이에는 은하수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견우성을 다룰 때 보다 더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거문고자리 일등성인 베가의 옆을 보면 거문고자리 엡실론(ε) 별이 있습니다. 시력이 매우 좋은 분들은 이 별을 자세히 보면 두 개로 분리되어 보일 것입니다. 이 별은 일단 겉보기에는 두 개의 별이 하나로 보이는 이중성인데 저배율의 쌍안경으로도 충분히 두 개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이중성은 조금 특별한데요. 대기가 맑고 안정된 날 쌍안경이 아닌 약간 큰 구경의 망원경 (대략 구경 60미리 이상이면 됩니다)으로 적당한 배율로 관측을 하면 한쌍의 이중성이 다시 각각의 이중성으로 분해되어 볼 수 있습니다. 즉 하나의 별이 망원경으로 보면 네 개의 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거문고자리 엡실론을 가리켜 더블-더블(Double-Double)이라 부릅니다.
거문고자리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하나 숨어있습니다. 베가 아래쪽으로 거문고자리의 몸통을 이루는 사각형 중에 아랫변에 위치한 두 별이 있습니다. 각각 거문고자리 베타(β) 성 쉘리악과 거문고자리 감마(𝛾) 성 술라파트 라는 별입니다. 이 두 별의 대략 가운데쯤에서 약간 쉘리악쪽으로 치우친 위치에 M57이라고 붙여진 ‘고리 성운'이라는 성운이 숨어있습니다. 크기는 작지만 주변 별들에 비해서는 밝은 대상이라 쌍안경이나 파인더스코프로 보았을 때는 얼핏 별과 다르지 않은 모양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망원경 (구경 60미리 이상)으로 약간 고배율로 관측을 하면 중앙이 조금 어두운 납작한 원반의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M57 고리성운 (중앙부근 원반모양)
흔히 주변시라고 하는 관측 방법이 있는데 대상을 두고 정확하게 보는 게 아니라 대상을 시야의 주변으로 보는 방법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관측을 하면 직시로 볼 때 또렷하게 보이지 않던 대상이 거짓말처럼 잘 보이는 것 같은 효과를 보게 됩니다. 주변시를 잘 활용을 한다면 고리 모양의 성운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독수리자리
베가에서 남쪽으로 보면 여름철 대삼각형 이루는 별 중 하나인 알타이르가 보입니다. 알타이르는 독수리자리의 일등성입니다. 알타이르를 찾았다면 알타이르 양 옆으로 알타이르보다 조금 어두운 두 개의 별이 보입니다. 이 세 개의 별을 우산의 손잡이라 생각하고 전체적으로 우산의 모양을 그리면 독수리자리가 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독수리자리는 제우스가 변한 모습이라고 나오는데요. 신들에게 술시중을 시키려고 잘생긴 양치기 소년인 가니메데를 데려오기 위해 독수리로 변신했다 합니다.
독수리자리의 일등성인 알타이르를 가리켜 보통 견우성이라 칭하고 직녀성인 베가와 짝을 맞춰 견우직녀 설화 이야기를 풀어가곤 합니다. 여기서는 조금 의견이 분분한데 실제 견우성은 알타이르가 아닌 염소자리에 위치한 다비흐라는 별이 실제 견우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설화에 따르면 직녀는 옥황상제의 딸이고 베틀에 앉아 옷감을 짜는 일을 한다고 하고 견우는 궁중의 양과 소떼를 모는 목동이라 전해집니다. 그 둘이 혼인을 했으나 이후 서로의 본분을 잊고 나태한 나날을 보내는 바람에 옥황상제의 분노를 사 서로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헤어졌지요. 그 후 일 년에 단 한 번, 음력 7월 7일만큼은 오작교를 통해 강(은하수)을 건너 만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일 년 만에 부부가 상봉하는 날이라 보통 칠월칠석엔 견우직녀 부부가 눈물을 흘려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둔 베가와 알타이르 그리고 다비흐
여기서 알타이르가 견우성이 아니라는 근거는 우선 우리나라의 옛 별 지도인 천상열차분야 지도에 보면 견우에 해당하는 별자리가 ‘우수'라고 해서 소를 모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기록이 되어있습니다. 이 우수는 현재 염소자리, 독수리자리, 거문고자리의 일부분으로 되어있는데 이 우수를 대표하는 수거성이 지금의 염소자리 다비흐라는 별입니다.
또 다른 근거로는 견우의 출신입니다. 여름철 밤하늘 중 제일 밝은 별인 베가가 옥황상제의 딸인 직녀라고 한다면 상대적으로 신분이 천한 견우가 직녀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밝기로 빛나는 게 시대상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알타이르는 은하수와 겹쳐 보일 만큼 은하수에 가까운데, 은하수를 두고 서로 떨어져 있다면 은하수와 가까운 알타이르를 견우성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염소자리의 다비흐는 3등성 정도로 베가와 은하수 사이의 거리만큼 은하수에서 떨어져 있어 다비흐가 견우성이라는 이야기가 더 일리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양의 별자리를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3원 28수로 정리가 되는데 3원은 성벽을 뜻합니다. 자미원, 태미원, 천시원의 세 개의 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미원은 옥황상제가 사는 성, 태미원은 관료들이 일하는 관청, 천시원은 하늘의 시장을 뜻합니다. 28수 할 때 수는 별자리를 뜻합니다. 즉 과거 동양의 사람들은 하늘을 보면서도 지상의 체계를 생각하여 별자리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하늘의 왕 옥황상제의 딸과 목동이 비슷한 밝기의 별로 만들지는 않았을 거란 주장이 더 와닿기도 합니다.
별자리 설화라는 게 결국에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의 형식이 강하다 보니, 아마 후대로 갈수록 견우성의 위치가 보다 밝고 찾기 쉬운 별로 옮겨와서 지금의 알타이르를 보고 견우성이라고 하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백조자리
백조자리
여름철 대 삼각형을 이루는 나머지 별은 백조자리의 일등성인 데네브입니다. 데네브는 꼬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마치 견우(알타이르)와 직녀 사이를 날아가는 새처럼 은하수 위에 백조 모양으로 걸쳐 있습니다. 데네브를 기준으로 거문고자리와 독수리자리 사이로 십자(+) 모양을 쉽게 그려볼 수 있는데 그게 바로 백조자리입니다. 백조자리는 북십자성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백조자리 또한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제우스는 바람기가 많은 것으로 묘사되는데, 아름다운 인간 여인을 유혹할 때면 대부분 동물의 모습으로 변신하곤 합니다. 백조자리는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유혹하기 위해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이라 여겨졌습니다. 제우스는 질투가 심한 아내 헤라에게 들킬 걸 염려하여 레다를 만나러 갈 때면 언제나 백조의 모습으로 땅에 내려왔다 합니다. 레다는 백조로 변한 제우스와의 사랑으로 알을 둘 낳는데, 알에서는 각각 쌍둥이가 태어납니다. 한 알에서는 카스토르와 폴룩스(폴리데우케스)라는 남자아이가, 다른 알에서는 헬레네와 클리타임네스트라라는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합니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훗날 로마를 지키는 위대한 영웅이 되고 쌍둥이자리의 주인이 됩니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가멤논의 아내가 되고 헬레네는 미모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여인이라고 전해집니다.
알비레오
백조자리에서는 백조자리의 머리에 해당하는 별이 있습니다. 데네브 다음으로 밝은 베타별인 알비레오입니다. 데네브는 백조의 꼬리에 해당하므로 반대편 머리 부분을 보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알비레오는 제법 밝은 별인데 이 별은 앞서 거문고자리의 엡실론을 소개한 것처럼 이중성입니다. 저배율의 쌍안경으로도 충분히 이중성을 분해해서 볼 수 있는데 이 이중성이 주목받는 건 별의 색깔 때문입니다. 맨눈으로 보면 그냥 하나의 별로 보이지만 쌍안경 등의 관측도구로 조금 크게 보면 오렌지색과 파란색의 두 개의 별로 분해되어 보입니다.
다음 화 '짧지만 화려한 여름철 별자리(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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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말하우트
어릴 적부터 밤하늘을 동경해온 제주에 사는 평범한 딸 둘 아빠. 요즘은 아이들과 집 앞에서 달과 행성을 보며 함께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아이와 손 잡고 천체관측 입문 시리즈
01 아이와 천체관측하기(상)
02 아이와 천체관측하기(하)
03 우리 은하의 바깥, 봄철 별자리
04 짧지만 화려한 여름철 별자리(상)
05 짧지만 화려한 여름철 별자리(하)
06 청명하고 고독한 가을철 밤하늘(상)
07 청명하고 고독한 가을철 밤하늘(하)
08 가장 밝은 별들의 계절, 겨울(상)
09 가장 밝은 별들의 계절, 겨울(하)
10 번외 편 : 지구의 이웃들